이름: 거지태공망
2017/11/3(금)
일상  

적당한 노동은  중년의 삶에  어느 정도  긴장과 활력을 준다고 하지만

그 적당이 얼마인지  순탄치 않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물먹은 솜뭉치 처럼  무겁기만 하다.

늦가을 밤으로 퇴근길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한 단풍마져 그저그런 풍경으로 보여질 뿐이다

아마도 나이 탓이 없지는 않겠지만  무뎌져 가는 감성이 못내 서럽다

집 못미쳐 골목에 있는 조그만 구멍가게에 들러   나이든 노인의 상투적인 미소와 인삿말을

주고 받으며 생수 한 병과 담배 한 갑이 든 검은 비닐봉지를 건네 받는다.

성수동에 있는 내가 거주하는  송정동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의지할 곳 없는  거주하는 곳으로 좁은 골목길과  오래된 집들이  마치 옛날 영화의

세트장을 방불케 하는 곳이지만, 이곳에는 가진 것 없는 이들만의 따스함과 정이 살아 있는 곳이다

골목을 돌아  집으로 가는 길도  그런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백열 전구의 가로등과  집 없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곳이다.

두 개의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서면  정돈 안된  흐트러짐이 일상인 방 안 풍경이 나를 맞는다.

ㅎㅎ  너나 나나 흐트러지긴 마찬가진데 이런 어울림도 불협화음 속의 조화가 아닐까 생각하며  부억으로 가

노란 냄비에 라면을 하나 삶는다,  어쩌다 보니 저녁조차 거르고 왔다.

어랜 노동 끝에 남겨진 정말 작은 소중한 시간이지만  그조차  혼자 생활하는  죄로  이것저것 정리하고 치우다보면

어느새 지나가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된다.  밤과 낮을 주기로 이분되는 내 삶 중에 남은 작은 시간은  밤의 인력 속으로

빠져 들어가 버린다.

무념무상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음이다. 자력이 아니다.  전혀.....

잠을 깨면 또 반복될 내일이 그리 즐겁지만 않은 밤이다.





2017년 11월 3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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