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거지태공망
2011/10/7(금)
귀거래사  
귀거래사


도연명이 진나라 팽택의 현령으로 있을 때 군에서 보낸 독우에게 예복을
입고  가서 뵈라 하므로, 도연명이 탄식하여, "내 닷말 곡식 때문에 소인
앞에 허리를 꺽을 수 없다." 하고, 그날로 사표를 내고 바로 이 귀거래사를
읊으며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도연명은 남달리 고결한 성품을 지닌 사람으로서,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도를 위하여 쓰이지 못하고 한갓 몸의 노예, 곧 입의 구종 노릇에 허덕이는
것을  슬퍼하여 전원으로 돌아가 농부들과 함께 밭 갈고 산수와 더불어
노닐며 자연을 노래한 전원시인이다.

돌아가자꾸나!
벼슬살이 그만 두고 내 고향 전원으로 돌아가자꾸나!
손 볼 사람 없어 전원이 온통 거칠어지려 하는뎨 아니 돌아가고 어쩌리!
고귀한 이 마음 값 있는 일에 쓰이지 못하고 제 입의 구종 노릇에 허덕이게
버려두었던 지난날의 잘못된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지나간 한 때의 잘못에 얽매여 넋 놓고 슬퍼만 하고
있으랴!
이왕에 잘못된 일은 뉘우쳐도 소용 없는 일, 앞으로 다가오는 일만은 지난
날을 미루어 얼마든지 고쳐나갈 수 있겠지!
사실로, 벼슬 길 험한 길에 잘못 들어 한동안 내 갈 길을 잃고 헤매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리 깊이 들지는 않았으니...
분명히 깨달아 알겠구나!
벼슬살이 그만 둔 지금은 정말로 잘한 일이요,
제 입에 구종 노릇하던 어제는 진정 잘못된 일임을!
배는 흔들흔들 고향을 바라 가벼이 떠나가는데, 바람은 한들흔들 옷자락을
헤치네, 예서 고향까지 얼마나 남았을까고, 나그네 붙잡고 남은 길을 물어
가는데, 해떨어지기 전에 집에 닿긴 글렀는가?
새벽 빛이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니 서운한 마음 말이 아닐세.
이윽고 낯익은 저기 저 허술한 대문과 오두막집!
어찌나 기뻣던지 한숨에 뛰어갔다.
심부름꾼 사내 아이는 반가와 어쩔 줄 모르고, 어린 것들은 날 기다려 문에
서서 초초하다.
정원을 둘러보니 황폐해 가고 있는 세 갈래 작은 길!
하지만, 소나무 국화야 날 보란 듯 푸르름을 자랑하며 꿋꿋이 서 있네.
어린것들 손 잡고 방으로 들어서니 언제 벌써 빚었던가.
항아리에 술이가득하네.
술 항아리 옆에 끼고 잔 끌어다 혼자서 잔질하고, 정원에 우거진
나뭇가지를 둘러보며 얼굴에 가득 기쁨이 넘실거리네.
세상에 거리낄 게 무어람! 햇빛 밝은 남녁  창에 기대어 버젓이 앉았으니,
이제야 참말로 알겠구나!
무릅 하나 들일 만한 요 작은 집인데도 벼슬살이 보다야 그 얼마나 마음
편안한가를!
날마다 정원을 거닐어, 거닐수록 멋이야 더욱 새로워라.
문이야 달아놓음 무얼하나! 찾아오는 사람 없어 언제나 굳게 잠겨져 있는
것을!
지팡이에 늙음을 의지하여 발길 멎는대로 쉬다가, 가끔 머리를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보다.
그름은 무심히 산 굴 속을 돌아나오고, 새도 날기에 지쳤는가 제 집으로
돌아올 줄 아는고야!
햇빛은 어둑어둑 서산에 떨어지려는데, 한 그루의 소나무 푸르른 그 절개!
내 마음인 양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발길 차마 못 떼네.

돌아가리라! 돌아가고파 돌아 왔는데 다시 무슨  미련을 두랴!
이제부터는 세상 사람들과 교제를 끊고 놀지도 않으리라!
세상은 나를, 나는 세상을 이렇게  서로를 잊었는데 여기서 다시 수레에
멍에 매어 무얼 찾으러 달리겠는가!
참 마음을 주고 받는 친척들과의  정다운 이야기! 이것만이 내 기쁨이요,
거문고와 책, 이것만이 내 즐거움이라, 온갖 시름 다 실어 보내는데,
농사꾼이 네게 와 봄이 왔다 일러주니 나도야 서쪽으로 밭갈이 가야겠네.
어느 때는 헝겊 씌운 수래 타고 험한 산 길을 따라 언덕을 너머 달리고,
어느 때는 외로이 배 한척 띄워 저 깊은 골짜기 시냇물을 찾아드네.
산에는 나무마다 봄이 즐거워 마음껏 부풀어 오르려 하고 얼어붙었던
샘물도 봄 소리에 녹아 졸졸졸 흐리기 시작일세.
때를 얻어 흥겨운 만물을 부러하며 이 내 인생의 갈수록 가까워지는 저 끝
무덤을 느끼네.

다 그만 두어라! 이 몸이 이 세상에 몸 붙여 둘 날이 앞으로 몇 해나
되겠기에.
남은 인생을 내 어찌 내 마음대로 자연의 죽고 삶에 맡기지 않겠는가?
무엇  때문에 서둘러 이제 다시 무엇을 찾으러 어디를 가고자 하겠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요, 그렇다고 임금님 계신 서울이야 바라지도
않는 일!
따뜻한 봄이 오면 혼자서 동산을 거닐기도 하고, 어느때는 지팡이를 밭에
꽂고 김 매고 북도 돋우어 주어라.
또 어느 때는 동녘 언덕에 올라 조용히 시를 읊어도 보고, 맑은 새냇가를
따라 시를 지으며 세월 보내어라.
조화의 수레를 타고서 이 생명 다하는  그대로 돌아가니,
주어진 천명을 마음껏 즐길  뿐, 여기에 다시 무엇을 의심하고 주저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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